언제부터인가 여행을 좋아하게 됐지.
때맞추어 한 무더기 우르르 몰려다니는 그런 게 아닌
현실을 뒤로한 채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는 그런 여행을.
늘 단조로운 하루하루에 쫓겨 지칠대로 지친 몸뚱아리를
다가서는 모든 게 자유로운
내안의 세계에 가만히 기대고 있노라면
멀리 차창밖으로 덜컹거리며 흘러가는 저 세상은 그렇게 신비로울수가 없어.
그리고
거기에 있을 숱한 갈등과 고통마저 그 신비로움에 가려 아스라이 사그라질 즈음,
온통 꽉 막혀버린 캄캄한 어둠을 뚫고는
어느덧 내 상상의 아지랑이가 그지없이 피어오르는 거야.
간혹 부딪쳐오는 날카로운 현실의 파편들이
이미 벌겋게 달아오른 추억 멍우리를 여지없이 터뜨리기도 하지만,
어느 누구도 어찌할 수 없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는
그 흐믓하기만 한 사실은
언제나 내가 존재한다는 변함없는 진리를 새삼 일깨우곤 하지.
마침내,
상쾌하다 못해 시린 바람이
가까스로 데펴진 가녀린 영혼을 저 밖으로 매정하게 떠밀 때면
모든 상념(想念)은 할말을 잃고 고개를 떨군 채 못내 아쉬운 현실을 뒤돌아보게 하는 거야.
내 작은 두 주먹에
어느새 새로운 삶을 꼬옥 쥐어 주고는.......
- 삘기후[候] 본문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