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입술을 껴안고 피어난
가시
여자의 얼굴은 가시투성이다
보는 것만으로 눈에서 피가 죽 설킬 테니
눈을 감아버리는 너
암전
빛이 두려워 숨은
겁쟁이 너를 좇는 무지막지한 광선
맞잡은 눈꺼풀을 비집고
뻘건 비린내 뒤로한 채
장미는 뿌리를 내리다
까만 도화지
장미 천 사백 송이
사랑이 까맣게 익었다 주먹을 마주치면 손가락이 떨어졌다 입을 맞대면 입술이 뜯어졌다
건너편 옷가게에서는 웃음이 밝았다 해가 떨어져도 웃음은 밝았다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에는 달이 비쳤다 전등이 달빛을 먹어도 저수지는 달빛을 머금었다
너는 추울 때 참는 편이었고 추위를 조금 더 타는 나는 이빨까지 떨었다
갑자기 너는 버드나무를 보며 벚꽃이 휘날리던 달밤이 떠오른다 말했다 나는 갈대를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