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까맣게 익었다 주먹을 마주치면 손가락이 떨어졌다 입을 맞대면 입술이 뜯어졌다
건너편 옷가게에서는 웃음이 밝았다 해가 떨어져도 웃음은 밝았다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에는 달이 비쳤다 전등이 달빛을 먹어도 저수지는 달빛을 머금었다
너는 추울 때 참는 편이었고 추위를 조금 더 타는 나는 이빨까지 떨었다
갑자기 너는 버드나무를 보며 벚꽃이 휘날리던 달밤이 떠오른다 말했다 나는 갈대를 떠올렸다
따듯한 품 안의 주머니에 항상 해바라기 씨를 보관했었다.
따듯한 품 안 속이라면 해바라기 씨앗이 익지 않을까?
어느 한적한 날, 품 안의 해바라기 씨가 사라졌다.
하지만 괜찮다. 마음 속에 항상 품을 수 있도록 보관했으니까.
내 마음 속에서도 해바라기 씨가 익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