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색을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 하지만 그녀의 남편은 그녀가 초록색을 좋아하는지 모른다. 그녀는 언제나 흰색이나 검은색 혹은 붉은색 계통의 옷을 입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초록색 옷을 입지 않는다고 해서 그녀가 초록색을 좋아하지 말라는 법은 없는데, 그녀의 남편은 그녀가 초록색을 좋아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아주 오래 전에, 그녀의 남편이 '당신은 무슨 색을 좋아하지?' 라고 물었던 적이 있었다. 그녀는 당연히 초록색이라고 답했어야 했지만 그 순간 자기도 모르게 보라색이라고 말했다. 그 날 남편이 매고 있던 넥타이의 색이 제일 좋아보였기 때문이다.
그녀와 그녀의 남편은 서로 사랑해서 결혼했고 지금도 행복하게 살고 있다. 하지만 남편은 그녀가 좋아하는 색깔을 모르고 있고, 그녀 역시 그녀의 남편이 그녀가 좋아하는 색깔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물론 세상에는 몰라도 괜찮은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