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색 책가방을 맨, 네 모습이 보인다.
너는 그 때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어딜 가? 라는 한 마디에
못 가. 라는 한 마디에
메두사를 마주친 것 마냥 몸이 굳어버렸다.
다음 날, 너는 교실 문을 열었다.
교실 안은 정적이었다.
무거운 분위기만큼 네 마음도 무거워지며
걸음마저 쉬이 뗼 수 없었다.
그러던 네가
어느 날 소란을 만들었다.
메두사의 눈빛을 한 아이들과
정적의 교실은
너의 고함으로 말미암아 네 목소리가 퍼지는 곳이 되었다.
그건 네 목소리로 된 사이렌이었다.
네 목소리는 어느 날 잘못 울렸던 화재경보기보다 더 컸다.
너는 거절하고 있다.
너의 길을 운동화로 막는 무수한 발을
네가 있을 공간을 정적으로 메우며 널 업신여긴 사람들을
거
절
하
고
있다.
너는 하늘을 향해 외친다.
회색 담장을 넘어서도록
외친다,
외친다,
외친다.
너는 알고 있었다.
거대한 외침은 모두를 돌아보게 함을.
네 발을 억지로 묶는 올가미를 털어내는 몸부림을.
울려라.
사이렌이여,
너는 거짓된 죄를 지고 있을 이유가 없다.